이번 포스트는 골프를 전혀 모르는 분들을 위한 분들을 위한 기초를 배워보는 장이다. 골프에 대한 개념을 간단하게 나마 정립해 보고자 한다.
OB
골퍼들의 대화에는 ‘OB’ 라는 단어가 흔히 등장한다. “어제는 OB를 세 방이나 냈어” 하는 식이다. OBout of bounds란 말 그대로 울타리 바깥, 즉 골프장 바깥을 의미하는데 골프에서는 ‘플레이 금지구역’을 뜻한다. 그러나 골프장 밖이 아니더라도 코스 내의 골짜기나 숲 속 등 볼을 치기 아주 어려운 곳도 OB로 설정해 아예 다시 치게 하는 것이 골프장의 일반적 관행이다.
볼이 굴러가는 길은 워낙 잘 휘기 때문에 골퍼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볼이 OB쪽으로 나갈 수 있다. OB가 나면 그곳은 플레이 금지구역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칠 수는 없고 원래 치던 곳에서 다시 쳐야 한다.
다시 치는 것까지는 좋지만 유감스럽게도 거기에는 1벌 타가 따른다. 치지 말라는 곳으로 볼을 보냈으니 벌타가 따르는 것인데, 벌타가 없다면 제대로 친 골퍼와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는 2타 손해
OB의 벌타는 1타지만 실제로는 2타의 손해를 보는 셈이다. 왜냐하면 그전에 쳐서 나아가야 할 거리를 다시 쳐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실질적 2타 손해’ 때문에 OB가 나면 그 홀은 잘 해야 더블보기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OB는 골퍼들이 가장 피해야 하는 지역이자, 가장 싫어하는 용어다. 파를 잡는 것이 골퍼들의 목표인데 기본적으로 2타가 덧붙어 잘 해야 더블 보기이니 OB를 금기시하는 게 당연하다. 물론 OB는 홀마다 있는 것이 아니라 코스 구조에 따라 간혹 있으며 골프장에 따라서는 OB가 거의 없는 곳도 있다.
공평한 게임
골프는 자연 속에서 즐기는 게임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연과 함께하는 경기라 해도 코스에는 불가피하게 사람의 손이 가게 마련이고, 사람이 만든 물건이 설치되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잔디에 물을 뿌리려면 스프링클러 시설이 들어가야 하고 골프장 바깥과 경계를 지으려면 울타리도 쳐야 한다. 그런데 골프 볼은 치는 사람의 의도와 다르게 날아가게 마련이어서 그 같은 인공물에 걸리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럴 경우는 어떻게 처리될까? 바로 이 점에서 골프의 공평함, 골프의 공정함이 나타난다.
무벌타 드롭
골프는 워낙 자연을 중시하는 게임이라 사람이 만든 물건, 즉 ‘인공물’은 철저히 배제한다. 페어웨이 한복판으로 기막히게 볼을 쳤는데 그 볼이 쇠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스프링클러 뚜껑 위에 멈췄다면 그건 매우 공평치 못하다. 그래서 그 같은 경우를 대비해 ‘무벌타 드롭’ 이라는 제도가 있다.
볼이 인공물 위나 속, 밑에 있을 때 또는 그 인공물 탓에 스윙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경우, 홀과 가깝지 않고 그 인공물이 없는 곳에 벌타 없이 볼을 드롭(손으로 볼을 들어올린 후 떨어뜨리는 것을 말한다)하고 치면 된다. 이는 골프규칙의 ‘장애물 편’ 에 명시돼 있는데 그 장애물의 의미가 바로 ‘모든 인공물’이다. 사실 장애물뿐만 아니라 공평함이 위협받는 경우에는 늘 무벌타 드롭이 가능하다.
비가 와서 일시적으로 어느 한 곳에 물이 고여 있고 볼이 그곳으로 떨어지면 그 경우 역시 그 물을 피해 드롭할 수 있다. 그러한 물을 ‘캐주얼 워터’라고 하는데, 운이 나빠 맞닥뜨리게 되는 캐주얼 워터에서 그냥 치는 것도 불공평하다는 개념이다.
장애물 중에도 ‘움직일 수 있는 장애물’과 ‘움직일 수 없는 장애물’로 나눠 그 처리 방법을 각기 달리하기 때문에 더 설명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러나 골프 입문자들은 우선 이와 같은 ‘공평함’도 골프의 속성임을 알아두어야 한다.
자연에 맞춘다
자연과 가장 밀접한 게임인 골프는 얼마든지 자연 형편에 맞추어 경기가 진행된다. 미국, 영국 등에는 18홀 코스의 파가 70짜리, 73짜리도 있으며 69짜리도 있다. 심지어 프랑스나 스페인 같은 곳에는 파45나 54짜리 골프장도 수두룩하다.
전체 코스의 파가 그렇다면 당연히 각 홀의 파도 달라질 수 있다. 파가 73이 되려면 파72홀 코스보다 파4 홀이 하나 적은 대신 파5홀이 하나 더 많을 수도 있고 파6짜리 홀을 만들 수도 있다. 이같은 개념은 ‘사용 가능한 자연’ 에 맞춰 코스를 얼마든지 조정해도 된다는 얘기다. 다만 워낙 ‘오리지널’을 좋아하는 우리 나라만 파 72를 고집하고 있다.
죽은 볼 치기
골프는 ‘죽은 볼’을 치는 운동이다. 탁구 · 야구 · 테니스 등은 살아 움직이는 볼을 반사동작으로 치는 운동이지만, 골프는 죽은 듯이 가만히 있는 볼을 골퍼의 의지대로 치는 운동이다.
골프에는 동작을 방해하는 수비수도 없고 볼의 진로를 가로막는 네트도 없다. 동서남북 어느 쪽으로 볼을 날리든 1,000m를 날리든 10m를 날리는 전혀 상관없다. 골프에는 무한한 자유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아무리 무한한 자유가 주어져도 죽은 볼 치기가 그리 쉽지 않다.
“가만히 있는 볼 치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는 예전에 미처 몰랐”네.”
골프 입문자들이 종종 하는 소리다. 그 이유는 골프의 모든 동작이 이제까지 해왔던 것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몸을 앞으로 굽히는 동작은 일상생활에서 늘 취하는 동작이지만, 몸을 옆으로 90°로 돌리는 골프 스윙은 태어나서 거의 처음 해보는 동작이다.
또 볼을 손으로 직접 다룬 적은 많지만, 골프채라는 막대기를 이용해 치는 것은 어릴 때의 자치기 말고는 처음이다. 왼손 위주로 골프채를 잡고 왼쪽 몸 위주로 스윙하라는 것도 오른손 위주의 생활습관으로 길들여진 골퍼들에게는 어색하다.
골프 근육
골프의 이 같은 동작은 평생 써먹지 않았던 근육들을 끄집어내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이른바 ‘골프 근육’은 일상생활에서 거의 쓰이지 않은 근육인데 새삼 쓰라 하니 동작 자체가 뻑뻑하고 처음에는 아픈 곳도 많이 생긴다.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볼을 끝까지 봐야 한다”는 주문이다. 죽은 볼을 일단 치면 그 볼이 어디로 어떻게 날아가는지 보고 싶은 게 인간의 속성이다. 그래서 골퍼들은 클럽과 볼이 접촉하기도 전에 머리를 번쩍 들게 마련인데, 바로 이 점이 골프 스윙에서 가장 금기시하는 부분이다. 이는 본능을 의지로 제압해야 하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안 쓰던 근육을 써야 하고 본능과 반대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속성 때문에 골프는 ‘독학’이 안 된다.
폼이 좋아야
모든 스포츠는 ‘폼’이 생명이다. 폼이 좋아야 기량도 좋아진다. 더욱이 골프는 늙어서도 할 운동이기 때문에 폼이 나쁘면 평생 폼 때문에 고민하게 된다. 이왕이면 보기에 아름다운 게 좋은 법이다. 따라서 처음 배울 때의 자세가 평생 골프를 좌우한다는 생각으로 정확한 자세를 익혀야 할 것이다.
‘좋은 폼’은 두말 할 것 없이 전문가로부터 배워야 한다. 이런 여러 속성상, 즉 안 쓰던 근육을 써야 하고, 본능과 반대되는 습관을 길러야 하며, 좋은 폼을 처음부터 익혀야 하기 때문에 사실 골프에 ‘독학’은 불가능하다. 설사 독학에 성공한다 해도 그 독학에 따르는 시간 손실은 엄청나다. 레슨 프로의 한 마디면 고쳐지는 것을 나홀로 열흘 동안 헤매는 식이니 말이다.
참조 : 골프에 대한 개념 정리하기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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